2007년 12월 09일
미크로코스모스
뭐랄까. 굉장히 독특한 소설이다. 너무나 일본스러운데 정작 그 작가는 일본 사람이 아니다. 아스카 후지모리라는 이름을 들으면 누구나 일본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는 필명일 뿐 작가는 일본 사람이 아니라 프랑스 사람이란 사실 부터가 독특하다. 사실은 어떤 내용의 책인지도 잘 알아보지 않고 리뷰를 신청하기도 했고, 리뷰를 신청하고 당첨되지 않았더라면 내가 직접 돈을 주고 사거나 빌려서 읽어보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정말 뭐라 정의를 내리기 힘든 만큼 괴상하다고나 할까.
책의 소개를 봐도 그렇고 여러군데 리뷰를 봐도 그렇고 이 책은 일본에 대한 기막힌 비꼼과 풍자라고 하는데, 그런 외적인 정보들을 모두 제외하고 오로지 책을 읽고 난 감상만 놓고 보자면 나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아니 그럴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느끼지 않았고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내가 꼼꼼하게 읽지 않은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남이 정해놓은 감상에 그렇다고 맞장구만 쳐주고 싶진 않다.
두 개의 플롯이 서로 번갈아가며 등장하는 기법은 이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에서 익혀온 바라 나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익숙치 않은 독자들에게는 분명 책을 읽기 어려운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을 터. 순전히 내용만 놓고 보자면 가운데를 기준으로 앞부분은 나름 흥미진진하게 술술 넘어갈 수 있었다면 이와 반대로 뒷부분은 조금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단순히 하나의 소설로만 놓고 봤을 때 그렇다.
고등학교 때 세계사를 공부한 나는 일본 고대 역사에서 쇼토쿠 태자라는 인물이 자주 등장하고 중요한 인물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마저도 고등학교 수준의 세계사 이상을 공부하지 않은 이상 우리나라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그 이름만 알고 있을 정도일 뿐이지 일본 역사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 미크로코스모스에서 묘사하고 있는 쇼토쿠 태자는 완전 난봉꾼에 또라이다. 한마디로 결코 존경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것.
여기저기의 리뷰가 말하고 있는 그 비꼼과 풍자라는 것도 바로 이것일지도 모르겠다. 일본 역사에 있어서 의미 있는 인물들이 죄다 사실은 반쯤 또라이에 속된 말로 찌질이였다는 거다. 물론 이게 역사적인 사실이라고 말하고 있는건 아니다. 왜냐면 픽션이니까. 근데 그런 픽션을 읽으면서 내가 일본 역사를 이렇게 비꼬고 있다니 하면서 통쾌한 기분을 느끼거나 하지 않는다. 나랑은 별 상관 없으니까. 아주 위대한 인물로 그려서 찬양을 하든 아주 막되먹은 인간으로 그려서 비비꼬든간에 나랑은 별 상관없다. 그리고 나는 그 비꼼에 별로 동참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글쎄, 내가 대충 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소가 가문이라는 연결고리 이외에 글의 두 플롯을 구성하고 있는 일본의 고대와 전쟁기의 일본이 무슨 관련성이 있는건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도 그 망령이 남아 여러 사람을 골치아프게 하는 일본의 제국주의의 기원이 야마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는 것인지, 그 시대에 그런 사람들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었기에 천년 가까이 지난 후에 일본이 그런 제국주의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하는 것인지. 단순히 책만 읽어서는 나로써는 연결짓기 힘들지 않나 싶다.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게 되게 웃긴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자면, 우리나라 사람 이름을 필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서양의 한 작가가, 우리나라가 근대에 접어들면서 일본에게 식민지배를 당하고 동족간의 전쟁을 벌이게 된 이유는 바로 우리나라 고대의 선조들이 반쯤 또라이였기 때문이라고 하는 소설을 발표했다고 하면 우리나라에선 어떻게 될까? 참으로 궁금한 일이다.
나는 잘 모르겠다. 이게 그렇게 굉장한 소설인지는. 다른 사람에게 별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진 않다. 다소 성적인 묘사가 많이 들어가 있기도 하고. 이 책이 아마 프랑스어로 쓰여졌지 않나 싶은데 일본어를 번역한 것 못지 않게 번역도 나름대로 깔끔하게 되어 있는 편이다. 몇몇 부분에서 서양어에서 나타나는 흔적이 보이긴 하지만 그리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다.
# by | 2007/12/09 21:36 | 트랙백(1) | 핑백(1) | 덧글(3)



